제사 지내는 순서
순서를 놓고 인터넷에서 서로 틀렸다고 다투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둘 다 맞고 조건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예서가 정한 절차와, 오늘날 달라진 부분을 나눠 정리했습니다.
먼저 — 참신이 먼저냐, 강신이 먼저냐
· 신주를 모셨다면 → 참신(인사)이 먼저
· 지방을 써 붙였다면 → 강신(신을 모심)이 먼저
이유가 있습니다. 신주는 조상의 신령이 깃들어 있는 신체(神體)로 보기 때문에 살아 계신 분을 뵙듯 먼저 인사를 올립니다. 반면 지방은 종이일 뿐이어서 강신을 해야 비로소 신이 깃든 것으로 여깁니다. 그러니 아직 오시지 않은 분께 인사를 할 수는 없는 것이죠.
사당과 신주가 있는 집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은 지방을 쓰므로 강신이 먼저입니다. 지방 쓰는 법은 지방연구소에서 관계별로 만들어 보실 수 있습니다.
기제사 절차 — 예서 기준
예서가 정한 절차를 오늘날 흔히 쓰는 순서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 단계 | 하는 일 |
|---|---|
| 진설 | 식어도 되는 제수(포·과일·나물·잔·수저)를 먼저 차립니다 |
| 강신 | 주인이 분향하고, 술을 모사그릇에 세 번 나누어 붓습니다 |
| 참신 | 참석자 전원이 재배합니다 |
| 진찬 | 밥·국·탕 등 더운 음식을 마저 올립니다 |
| 초헌 | 첫 잔을 올리고 밥뚜껑을 엽니다. 축관이 축문을 읽고 주인이 재배합니다 |
| 아헌 | 두 번째 잔. 예서는 주부가 하도록 했으나 집안 연장자나 주인의 동생이 하기도 합니다 |
| 종헌 | 세 번째 잔. 귀한 손님이나 사위, 연장자가 올립니다 |
| 유식 | 첨작(잔을 가득 채움)과 삽시정저(밥에 숟가락, 적이나 편에 젓가락) |
| 합문 | 병풍을 치고 물러나 기다립니다. 예서는 그 시간을 "아홉 숟가락 뜨는 동안"으로 표현합니다 |
| 계문·헌다 | 문을 열고 국을 물(숭늉)로 바꾼 뒤 밥을 조금 말아 올립니다. 이어 수저를 거두고 뚜껑을 덮습니다 |
| 사신 | 전원 재배로 작별 인사를 합니다 |
| 납주·분축 | 신주는 사당으로 모시고, 지방과 축문은 태웁니다 |
| 철·음복 | 제수를 거두고 나누어 먹습니다 |
분향과 술은 왜 따로 하나
강신에서 두 가지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분향 — 향을 사르는 연기를 위로 올려 하늘에 있는 혼(魂)을 모십니다
- 뇌주 — 술을 모사그릇에 부어 땅에 있는 백(魄)을 모십니다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백은 땅으로 흩어진다고 보았기 때문에 위아래로 각각 청하는 것입니다. 제사 끝에 축문을 태워 연기를 올려보내고 재는 향로에 묻는 것도 같은 구조입니다.
절은 몇 번 하나
참신과 사신에서는 참석자 전원이 재배(두 번)합니다. 유식 절차에서 주부는 네 번 절하기도 합니다.
몇 시에 지내나 — 그리고 어느 날인가
원래는 돌아가신 날이 시작되는 자시(밤 11시 반~12시 무렵)에 지냈습니다. 그날의 가장 이른 시각에 지내 다른 어떤 일보다 조상을 앞세운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조사에서는 돌아가신 전날에 지낸다는 응답이 74.6%로 훨씬 많았는데, 백과사전은 이를 파제일을 잘못 이해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봅니다. 밤 11시가 부담스러워 시각을 앞당기면서 기준일까지 하루 당겨진 것입니다.
오늘날에는 저녁 8~10시 사이에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과 가문에 따라 전날 지내는 것이 관례로 굳어진 곳도 있으니, 집안에서 해오던 방식이 있다면 그것을 따르셔도 됩니다.
성균관이 밝힌 기준 (2023년 11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발표한 전통제례 권고안의 요지입니다.
- 시각은 돌아가신 날 첫 새벽(오후 11시~오전 1시)이 원칙이나, 그날 초저녁(오후 6~8시)에 지내도 좋다
- 제수는 평상시의 간소한 반상 음식으로 차리고, 고인이 좋아하시던 음식을 올려도 좋다
- 기름에 부친 전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
- 제기가 없으면 일반 그릇을 써도 된다
- 축문은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써도 된다
- 제사 주재자는 자녀가 협의해 정하되 성별에 상관없이 가장 연장자가 맡아도 된다
- 부모님 기일이 서로 달라도 함께 지낼 수 있다
2022년 9월에 발표된 것은 명절 차례상에 관한 표준안이고, 기제사의 시각과 절차를 다룬 것은 위 2023년 권고안입니다. 두 발표를 섞어 인용하는 글이 많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명절 차례와 기제사는 다릅니다
| 구분 | 기제사 | 명절 차례 |
|---|---|---|
| 예서 근거 | 있음 | 없음 |
| 시각 | 돌아가신 날 자시 또는 저녁 | 명절날 아침 |
| 촛불 | 켬 | 날이 밝아 켜지 않음 |
| 술 | 초헌·아헌·종헌 세 번 | 한 번만 |
| 축문 | 읽음 | 읽지 않음 |
| 주식 | 밥과 국 | 설 떡국 · 추석 송편 |
| 대상 | 그날이 기일인 조상 | 기제사 대상 조상 전원 |
추석 차례에 밥과 국을 올리는 것은 근래에 생긴 관행입니다. 예법대로라면 그 자리에 송편을 놓습니다. 차례상 차리는 법은 차례상 차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추석 차례상 표준화 방안」(2022.9.5) · 「전통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2023.11.2)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기제사」·「차례」·「진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제례」·「제사」
· 국가기록원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 — 제사」 · 「건전가정의례준칙」(대통령령)
본 페이지는 공개 자료를 정리한 참고 정보이며, 예법은 지역·가문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